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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607㎞ 완주 ´지옥에서 온 사나이´˝ 대한사이클연맹 구자열 회장 조선일보 기사

대한사이클연맹 2010-10-14 조회수: 4768

[CEO의 '이맛이야!'] 산길 607㎞ 완주 '지옥에서 온 사나이'

LS전선 구자열 회장의 자전거 사랑
亞 처음 '트랜스 알프스' 완주, 모하비사막도 6일간 자전거로… 황영조도 못 따라오는 '강철'
사이클연맹 회장 기꺼이 맡아, 250m 크기 벨로드롬 추진… 올림픽 메달 프로젝트 가동

사이클에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가 있다면 산악자전거(MTB)엔 '트랜스 알프스(Trans Alps Challenge)'가 있다. 투르 드 프랑스가 21일간 포장도로 3642㎞를 달리는 데 비해 트랜스 알프스는 7박8일간 알프스 산맥의 아찔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607㎞를 달린다.

해발 2000~3000m의 산맥을 넘는 트랜스 알프스는 참가자의 3분의 1 이상이 중도 기권하는 '지옥의 레이스'로 악명이 높다. 구자열(57) LS전선 회장은 2002년 아시아 최초로 트랜스 알프스를 완주한 강철 사나이다.

사이클이 곧 생활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은“한국 사이클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오십 되던 해였어요. 재미있겠다 싶어 도전했는데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매일 백두산 높이를 자전거로 넘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발에 물집이 잡히고 상처에선 진물이 흘러나왔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걸핏하면 넘어졌다.

그래도 그는 버텼다. 완주의 증거는 '피니셔(Finisher)'라 쓰인 티셔츠 한 장뿐이었지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와의 싸움에서 꺾이기 싫었어요. 경영이든, 인생이든 고비를 넘어야 사람은 성장합니다."

못 말리는 자전거 마니아

구 회장의 얼굴은 까맸다. 뺨엔 사이클 헬멧을 고정하는 턱 끈 자국이 하얗게 나 있었다. 그는 유명한 자전거 마니아다.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 열린 아시아 MTB 대회에 참석할 때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다.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집(강남구 논현동)에서 회사(안양 LS타워)까지 자전거로 출근한다. 미국 모하비 사막을 6일 동안 자전거로 횡단한 추억도 있다. 그는 지난해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최근 황영조 감독이 함께 사이클을 탔는데 왕년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회장님을 못 따라오더라고요. 결국은 황 감독이 '졌습니다'라고 항복 선언을 했습니다." 김성주 사이클연맹 사무국장의 귀띔이었다.

구 회장은 3살 때부터 두발 자전거를 탔다. 서울고에 다닐 때 갑자기 끼어든 택시를 들이받아 머리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겪었다. 격노한 아버지(구평회 E1 명예회장)가 "다시는 타지 마라"며 자전거를 집어던졌지만 그뿐이었다.

고려대 테니스부에서 활약한 구 회장은 싱글 수준의 골프 실력을 자랑하고 스노보드와 카약도 전문가급인 스포츠 광(狂)이다. 그래도 그는 자전거를 최고로 꼽는다.

"일본에서 일하던 시절 MTB에 눈을 떴어요. 자전거로 산을 오른다,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나이가 들면서 무리가 덜한 사이클로 자연스럽게 바꿨죠." 구 회장은 사이클은 움직이며 하는 명상이라고 했다.

"경영자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데 페달을 밟으며 생각을 정리할 때가 많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겐 인생의 속도를 사이클 스피드쯤으로 맞추라고 하죠.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니까요."

올림픽 메달의 숙원을 풀겠다

자전거 마니아인 그에게 사이클연맹 집행부가 회장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고 구 회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이클 발전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맘도 있었고요."

구 회장은 이미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사이클은 올림픽에서 육상·수영 다음으로 많은 1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종목이지만 한국은 역대 대회에서 동메달 하나 따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의 조호성(36)이 기록한 4위가 최고 성적이다. 많은 선수를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보내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올해에도 10여명의 선수가 스위스의 국제사이클연맹 훈련센터에 다녀왔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왔다. 지난 7월 전지훈련을 떠났던 이혜진(18·연천군청)이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사이클 최초의 세계선수권 우승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영국은 사이클에서 금메달 8개를 따냈습니다. 2004 아테네 대회에서 금메달 2개에 그쳤던 영국이 4년간 준비를 잘한 결과죠. 우리도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올림픽 메달의 꿈은 멀지 않습니다."

구 회장은 올림픽 규격에 맞는 250m 실내 벨로드롬 건설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벨로드롬이 333.3m 규격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된 BMX(자전거 장애물 경주)도 전략 종목으로 삼고 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보였다. "힘든 언덕을 지나면 편한 내리막이 있다는 게 사이클의 평범한 진리예요. 제가 내리막 컨트롤이 좋다는 얘기를 자주 듣거든요. 한국 사이클도 내리막을 달리듯 쾌속 질주하도록 해야죠."

창원=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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